황미경(조종종고 국어선생님)

여주군 대신면 옥촌리 쪽 뻗은 2차선도로를 달리다 보면 늘 궁금하게 생각되는 곳이 있었다. 한얼테마박물관!

박물관 팻말 밑에 주렁주렁 부제도 달려 있건만 그 언제고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박물관이라면서 언제 문을 여나?’ 이렇게 궁금하게 여긴 것이 3,4년. 쇠로 된 대문이 굳게 잠긴 안쪽으로 언뜻언뜻 지하철1호선 같은 기차가 몇 량 보인다.

화창한 어느 여름날 여주 시댁에 가는 길에 박물관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옳지 오늘은 열었군. 집에 갈 때 들러야지.’ 하는 생각에 시댁에는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서둘러 나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 인상은 ‘여기가 박물관 맞나? 박물관이 뭐 이렇담?’ 좁은 운동장에 기차가 빙 둘러 서 있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땀을 흘려가며 직접 설명해주시는 회장님(한얼전통문화보존협회)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감탄과 놀라움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관람을 했으며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났는지도 몰랐다. 거의 세 시간이나 흘렀으니, 전시된 소장품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을 할 수 있으리라.

그곳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지하철 1호선 기차 14량을 폐교된 초등학교에 옮겨와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200여 개의 현미경, 400여 개의 카메라, 망원경 등의 광학기기, 6.25때 썼다는 수술대, 1912년에 사용했다는 치과치료기, 고문서, 고서, 등의 문헌사료, 그뿐만 아니라 녹음기, 라디오, TV 등 중고전상상가나 고물상 같은 전시실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찾아낼 수 있는 보물들이 참 많았다. 과학이나 전자기기 방면에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는 회장님의 설명이 아니면 진귀한 물건의 가치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들도 꽤 여럿 있었다. 1890년대에 사용했다는 전자계산기는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었는데, 지난 3월에 국립과학박물관에 출장 전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왜 이런 벽지에 이렇게 좋은 박물관을 숨겨두고 계시느냐”는 나의 우문에 회장님은 여주에 박물관단지를 조성하려고 하는 곳이 따로 있고 그곳이 완공되기까지 임시로 잠깐 머물려고 한 것이 5년이나 지났다고 하신다. 뜻하신 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박물관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회장님은 죽어있는 정적인 박물관이 아니라 동적인, 살아있는 박물관을 운영하겠다고 하신다. 박물관을 찾는 모든 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보는 박물관, 그리하여 어린아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자연스럽게 가꾸어나갈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하신다. 자료소장뿐만 아니라 과학 연구소, 학생들이 실험할 수 있는 실험, 실습실, 체험학습장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어 교육, 교양, 레크리에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꿈꾸신다.

쓸모 없어졌다고, 구식이라고 물건을 마구 버리는 요즘 세태에 아날로그 방식의 전자기기들이 미래 어느 날 골동품이 되어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 될 것이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현재의 우리아이들이 과거의 유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미래의 창조에 밑거름을 얻는다면,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은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리라. 한얼테마박물관에는 직접 현미경을 조작해볼 수 있는 실습실이 있다.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지만, 언젠가는 많은 미래 과학도들이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마음껏 실험하고 관찰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회장님의 박물관에 대한 계획과 구상은 굉장한 것이다.

희수(喜壽)의 나이에도 앞으로 지어질 박물관과 관련 시설들을 구상하고 계시는 회장님에게서 나는 백발소년을 보았다. 청룡의 뿔을 잡고 하늘로 비상하고픈 소년은 분명 꿈꾸는 노인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어느 경로당에서 바둑을 즐기거나, 증손자의 재롱을 즐거워 할 그 연세에 소년과 같은 꿈을 지닌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처음부터 미래박물관에 대한 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된 것은 아니리라.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짐작을 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쉽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기계에 대한 공포심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아직도 컴맹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포는 어려서부터 기계조작을 해보지 못한 까닭도 있고, 그러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희와 건희 두 딸아이에게는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고 싶다. 건희도 이제 어느 정도 여행을 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사물을 보며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이도 된 것 같아 부지런히 데리고 다니며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 가평에도 특성화된 박물관이 두세 군데 건립되어서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박물관 학습을 통해 체험하고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경험만큼 훌륭한 지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