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토니 모리슨의 살풀이 굿-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미국인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의 한 명.

...화려한 수식어가 따르는 문학의 거장 토니 모리슨. 결코 지나친 찬사가 아님을 증명하는 그녀의 다섯 번째 소설이 바로 “빌러비드”이다.

그 동안은 작가에 매력을 느껴 책을 골라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신문에서 빌러비드와 토니 모리슨을 소개한 글귀를 읽은 후 처음엔 그녀의 화려한 수식어에, 나중엔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던 미국 흑인 노예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것에 매료되었었다. 빌러비드는 미국 남북전쟁 직후로 돌아가 한 여자 흑인 노예와 그 딸의 뼈아픈 기억과 모진 생을 위로하고, 흑인 종족사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1856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마가렛 가아너라는 흑인 여자 노예가 탈출한지 하루만에 노예 사냥꾼에게 붙들릴 위기에 처하자 가장 사랑하던 막내딸의 목을 단칼에 베 죽이고 나머지 아이들까지 살해한 뒤 자살하려다 붙들린 실제 일어났던 영아살해사건이 소재가 되었다. 빌러비드는 시이드가 자신처럼 혹독한 고통을 받게 될까 두려워 죽인 딸의 이름이다.

석공에게 몸을 팔아 비석에 겨우 새긴 그 이름. 결국 엄마의 왜곡된 사랑의 희생양이 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를 박탈당한 빌러비드는 아기귀신이 되어 끊임없이 시이드를 괴롭힌다. 나중에 시이드의 집에서 쫓겨난 아기귀신은 빌러비드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자신을 죽였던 어미의 잔인하고 오만함에 대한 응징으로 시이드의 자아를 괴롭힌다. 딸을 죽인 잔인한 여자로 마을 사람들에게서 조차 외면당했던 시이드. 하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은 촛불과 십자가를 들고 시이드의 집 앞으로 모여 빌러비드의 아픔을 달래어 저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살풀이 굿을 벌인다.

다 읽고 나면 백발의 노인으로 변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독자를 녹초로 만들어 버린다는 그 말에 정말이지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인 남성들에게 매일같이 강간을 당해 뱃속에 끊임없이 아이가 생겼던 흑인 노예들. 그런 노예의 자식들은 물건 팔리듯 이곳 저곳에 팔리기 일쑤였고, 그래서 흑인 여성들은 자식을 적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현대 미국의 풍요로움 이면에 자리잡은 노예제도의 처참함을 고발한 토니 모리슨의 이번 작품은 가히 문학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니 모리슨 ?
93년 흑인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대표작은‘새파란 눈‘, ‘술라,??‘솔로몬의 노래‘, ‘비버리드’. 노예시절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흑인 공동체, 특히 흑인여성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작가.                                                                                                  

 (최아람 기자, 가평종고)